프랑스, '27일 최단명 총리' 사임으로 정국 혼란 최고조 Les troubles politiques en France atteignent leur paroxysme avec la démission, le 27 jours, du Premier ministre dont le mandat a été le plus court.

사임 발표 후 연설하고 돌아서는 르코르뉘[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마크롱 리더십 위기
차기 총리에 가브리엘 아탈 (Gabriel Attal) 유력
한불통신 파리 2025년 10월 6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취임한 지 불과 27일 만인 6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하면서, 프랑스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르코르뉘 총리의 재임 기간은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단명 총리' 기록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동안 5번째 총리가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이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르코르뉘 총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수리했다.
이번 사임은 총리가 새 내각 구성을 발표한 지 불과 14시간 만에 이뤄졌다.
사임의 결정적 원인: '판박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 위협
르코르뉘 총리의 사임은 근본적인 '여소야대' 정국 불안정 위에, 총리가 전날 발표한 새 내각 구성이 기름을 부은 결과로 분석된다.
1986년생으로 올해 39살인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관으로, 총리 직전에는 국방 장관을 맡았다. 신중하고 절제된 성품에 중도주의적 성향으로 총리까지 올랐지만, 끝내 정국 불안정을 돌파하지 못하고 낙마하게 됐다.
'무늬만 물갈이' 비판: 발표된 장관 18명 중 다수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났던 프랑수아 바이루 전임 내각 출신 인사였으며, 다른 신임 장관들 역시 마크롱 정부의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는 의회의 불신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내각이 사실상 유지된 것이라는 좌우 진영 양쪽의 강력한 비판을 초래했다.
재정 전문가 복귀 논란: 특히 브뤼노 르메르 전 재무장관을 다시 기용하려 한 시도는 재정 적자 문제에 대한 마크롱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야권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즉각적인 불신임 위협: 극우 국민연합(RN)과 극좌 '불복하는 프랑스'(LFI)뿐만 아니라 온건 좌파까지 가세하여, 르코르뉘 내각에 대한 즉각적인 의회 불신임 투표를 예고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내각 출범 12시간여 만에 사실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르코르뉘 총리(39세)는 사임 연설에서 "각 당파가 마치 절대다수라도 차지한 양 행동하면서 정파적 욕심만 보이고 있다"며, "타협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모든 정당이 상대에게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를 원했다"고 비난하며 타협을 촉구했다.
르코르뉘는 엘리자베트 보른, 가브리엘 아탈, 미셸 바르니에, 프랑수아 바이루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 집권 2기의 5번째 총리였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아탈 총리 사임 이후 1년 사이에 4명의 총리를 맞을 정도로 정국 혼란이 극심하다.
프랑스 주요 언론 및 야권의 평가
프랑스 주요 언론사들은 이번 사태를 마크롱 정부 리더십의 파국적 위기로 평가하며, 현 정국 혼란을 보여주는 '기이한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24 등은 르코르뉘 총리가 역대 최단명 총리 등의 세 가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극좌·극우 야권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은 "현재는 선거를 치르는 것만이 현명한 일", "프랑스 국민은 질려 있다"고 비난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RN은 명백히 통치할 준비가 됐다"며 조기 총선 시 집권 의지를 밝혔다.
극좌 '불복하는 프랑스'(LFI):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충성파 인사만을 반복적으로 임명하여 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하며, 정국 혼란의 책임을 물어 마크롱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계는 특히 예산안을 두고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며 대치하고 있다. 바르니에와 바이루 등 두 전임 총리도 사실상 재정 계획을 둘러싼 갈등으로 쫓겨났다.
프랑스는 2분기 말 기준 공공부채가 3조4천163억유로(약 5천63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6%에 달할 만큼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중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르코르뉘 총리도 지난달 말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 60억 유로(약 9조9천억원)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파리증시에서 CAC 40 지수는 1.6% 하락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이후 6주 만에 최대 낙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향후 정국 전망과 의석수 현실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신임 총리를 임명하여 재정·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의회(577석)의 의석수 구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마크롱 연합(168석)과 잠재적인 협력 대상인 기타 중도 우파(약 84석)를 합쳐도 최대 약 석으로, 과반에 37석가량 부족하다.
이미 두 전임 총리가 중도 좌우파와의 협상 실패로 물러난 만큼, 새로운 총리가 임명되더라도 긴축 예산안 통과라는 난제와 의회 불신임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paris50kyo@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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