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의 핵 방패: 프랑스 대선에서 흔들리는 안보체제, 나토 붕괴 서막을 맞이할 것인가
프랑스 대선 정국이 거듭될수록 유럽 안보 지형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과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등 차기 대권 선두 주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토(NATO) 회의론’ 및 ‘통합 군사 지휘 체계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토의 핵심 축인 프랑스가 스스로 주도권을 포기하려 한다는 소식은 북대서양 동맹 전체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프랑스 언론 역시 정치적 진영에 따라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며 이 문제의 위험성과 정당성을 두고 맹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대표지 《르피가로(Le Figaro)》는 주권 회복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무책임성을 강력히 비판한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르피가로는 프랑스의 핵 억지력과 정보·위성 자산이 나토 지휘부와 분리될 경우, 유럽의 방어 체계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 나아가 프랑스가 스스로 나토 지휘부에서 빠져나간다면, 정작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권과 군사적 영향력을 상실해 '독자적 주권'을 얻기는커녕 동맹 내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미셸 야코블레프 전 나토 중장의 지적대로 "정치 기구에는 남더라도 실질적인 군사 의제 기획에서 배제되는 실책"을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과 중도 좌파 매체인 《르몽드(Le Monde)》 등은 이러한 나토 회의론의 배경에 '미국 의존성에 대한 프랑스 특유의 오랜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짚어낸다. 워싱턴의 정치 지형에 따라 흔들리는 미국의 안보 공약에 언제까지 유럽 전체의 안위를 맡길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다. . 1966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미군 주도의 군 지휘 체계를 탈퇴했던 대담한 역사적 전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 르펜과 멜랑숑이 자극하는 대중적 방위 주론은 프랑스 유권자 절반 가까이의 지지를 얻을 만큼 현실적인 정치 동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1966년이 아니다. . 미국의 역대 행정부(트럼프 2기 포함)가 유럽 내 군사적 입지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지금, 유럽이 스스로 동맹의 결속력을 허무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다. . 프랑스의 이탈은 곧 루마니아와 에스토니아 등 전방에 배치된 프랑스군의 상호 운용성을 약화시키고, 나토 회원국들의 연쇄적 동요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유럽의 독자적 방위력 강화를 외치면서, 동시에 나토라는 유럽 안보의 유일한 상호 방어막을 약화시키는 것은 지독한 패러독스다. '. 유럽의 핵 방패'인 프랑스가 나토와의 군사적 고리를 스스로 끊어낸다면, 그것은 유럽 안보 전체의 붕괴를 초래하는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 될 것이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국수주의적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적 셈법을 멈추고, 동맹의 결속이 곧 자국의 국익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paris50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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