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미를 거부한 BTS… 서구 중심 음악 권력의 종말을 고하다 [Éditorial] BTS refuse les Grammys… et annonce la fin du pouvoir musical occidental.

 



[사설] 그래미를 거부한 BTS… 서구 중심 음악 권력의 종말을 고하다 [Éditorial] BTS refuse les Grammys… et annonce la fin du pouvoir musical occidental.

방탄소년단(BTS)이 2027년 제69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출품을 전격 거부했다. 올해 발매되어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앨범 《ARIRANG》의 압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상을 향한 레이스에서 스스로 내린 용단은 글로벌 음악 산업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특정 시상식과의 마찰이나 불참 선언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대중문화의 '최종 승인자'를 자처해 온 서구 주류 음악 권력의 구조적 균열을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다.

갈등의 발단은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이었다. 주최 측은 다양성과 다양성 품기를 명목으로 내세웠으나, 그 본질은 다양성의 포용이 아닌 '차별적 분리'이자 '게토화(Ghettoization)'에 불과했다. 아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별도의 울타리에 가두어 둠으로써, '올해의 앨범'이나 '올해의 레코드' 같은 본상(General Field) 진입을 은밀히 차단하려는 보수적 시스템의 이중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BTS는 "지역이나 언어의 구분 없이 음악 그 자체로 들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라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로 이 은밀한 선긋기에 경종을 울렸다. 음악의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며 글로벌 팬덤과 직접 호흡해 온 아티스트로서, 서구 중심주의가 설계한 틀 안에 갇히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들의 세계적 팬덤 아미(ARMY) 역시 "전 세계를 무대로 증명된 아티스트에게 그래미라는 도장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라며 이 결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글로벌 언론들의 반응도 뜨겁다. 워싱턴 포스트, 포브스 등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과거 주류 시상식의 폐쇄성에 반발했던 글로벌 톱 아티스트들의 선례와 비교하며, 아시아 아티스트가 보인 가장 파격적이고 주도적인 권력 거부로 평가하고 있다. 시상식 주최 측이 "아티스트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며 서둘러 해명에 나섰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냉소만 자아낼 뿐이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도권과 권위의 축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의 주류 시상식이 부여하는 권위가 아티스트의 세계적 위상을 입증하는 절대적 기준이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경 없는 팬덤과 자생적 시장을 확보한 오늘날의 아티스트들에게, 서구 시상식의 '인정'은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권위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은 시상식 측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외연 확장을 위한 생색내기용 별도 카테고리만 급급히 신설하는 보수적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음악계의 중심에 설 수 없다. 본상 심사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그래미는 '세계 최고의 음악 시상식'이 아닌 '미국 중심의 지역 시상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BTS의 그래미 거부는 단순한 자존심의 싸움이 아니다. 언어와 국경, 인종이라는 구태의연한 가림막을 걷어내고, 음악을 음악 그 자체로 평가받게 하려는 거대한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이다. 역사는 더 이상 서구 권력이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지키며 대중과 직접 호흡하는 아티스트들에 의해 다시 쓰여지고 있다. paris50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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