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쇼크, 대서양 동맹 균열 가속화 Le choc énergétique au Moyen-Orient accentue les fissures dans l'alliance atlantique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제재 완화, 유럽 안보 동맹에 치명적 파열음 

- 에너지 수급이 촉발한 전쟁의 역사 재현… ‘경제 자구책’이 안보 가치 압도 

- 한국전쟁 식 ‘이념 대립’ 시대 종언, ‘에너지 실리’ 중심의 다극화 체제 돌입

한불통신 2026년 3월 18일]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동 전쟁 결단과 그에 따른 경제 자구책이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혈맹'이라 불리던 대서양 동맹을 각자도생의 길로 몰아넣는 양상이다.

‘안보’ 버리고 ‘물가’ 택한 미국… 유럽의 거센 반발

미 재무부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12일부터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동맹국 간 심각한 불화를 야기했다. 

이는 이란이 걸프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공급망을 타격하면서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임시방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위협 아래 있는 유럽은 이를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상납하는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은 미국의 일방적 결정을 "유럽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의 수혜자로 부상하면서 유럽의 안보가 더 심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토대로 한다.

그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미국은 공급 확대를 위해 일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조치는 다음 달 11일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가 약 100억 달러(약 14조9천억원)의 전쟁 자금을 챙길 수 있다며 "결코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월 29일 밤 벨기에군이 러시아 그림자함대와 연계된 유조선에 접근하고 있다.
[벨기에 국방부/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에너지 수급, 전쟁과 평화를 결정짓는 '역사의 반복'

인류사에서 에너지는 언제나 전쟁의 도화선이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대일본 석유 금수 조치가 진주만 공격의 배경이 되었고, 1970년대 중동 전쟁은 오일쇼크를 통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했다. 

이번 이란 전쟁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에너지 동맥'이 끊기자 미국이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 내 인플레이션 방어를 우선시하며 지정학적 구도를 뒤흔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아울러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 고율관세 협박 등 동맹 경시로 이미 미국을 향한 신뢰를 상당 부분 잃고 있었다.

이념의 시대에서 실리의 시대로…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

과거 한국전쟁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에 기반한 '진영 전쟁'이었다면, 현재의 중동 전쟁은 철저히 경제적 실리에 기반한 '에너지 전쟁'의 성격을 띤다. 

미국은 실리를 위해 적대국(러시아)과 타협하고, 유럽은 생존을 위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재무장'을 선택했다. 이는 국제 사회가 더 이상 명분이나 이념이 아닌, 에너지 비용과 공급망 통제라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미국이 지난 12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 완화 방침을 발표하기 전 화상 회의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6개국 정상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망: 대외 의존 탈피와 다극화 체제 가속화

유럽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는 생존 전략 수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의 전략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은 언젠가 전략 교과서에서 '오판의 연속'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미국이 동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을 때 이런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탄약 소진으로 유럽행 무기 공급마저 뒷순위로 밀리며 유럽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중심의 단일 패권 시대가 저물고, 자국 실리를 우선하는 다극화된 국제 질서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paris50kyo@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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