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옆방으로 건너간 따뜻한 인연"... 故 오수연 선생, 파리에서 마지막 극락왕생의 길 오르다 - [Hommage] « Une relation chaleureuse qui s'est prolongée dans la pièce voisine »… Oh Su-yeon, disparue récemment, entame son dernier voyage vers le paradis à Paris.

 



방브(Vanves) 납골 묘지에 안치되었다.
교민들이 정성스레 가져온 화환들이 고인의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한불통신 2025-12-30 Paris 


- 클라마르(Clamart) 장례식장에서 불교식 예제로 엄수 

- 재불 교민 60여 명 참석, '생사일여'의 위로 속에 안식

한불통신 파리) 겨울의 초입, 파리 근교 클라마르(Clamart)의 고요한 공기가 한 지성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추모의 열기로 채워졌다. 지난 수십 년간 한불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며 교민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고(故) 오수연 선생의 장례식이 지난날, 재불 교민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엄숙한 불교식 예제로 거행되었다.

■ 지성과 헌신으로 일군 파리의 일생

이날 추도사를 맡은 청솔회 신승섭 선생은 고인과의 깊은 인연을 회상하며 그의 파란만장하면서도 정갈했던 생애를 기렸다. 194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ROTC 중위 전역 후 아시아자동차를 거쳐 197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도불했다.

몽펠리에 대학에서 문학 석사 및 외국인 불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삼성물산 프랑스 지사, 교보문고 등에서 활약하며 재불 기업의 기틀을 닦았고, 이후 통번역과 한불 교류의 최전선에서 평생을 헌신했다. 신승섭 선생은 "고인은 온화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으나 토론할 때는 누구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던 지성인이었다"며, 최근까지 청솔회 재무국장으로서 보여준 빈틈없는 정성과 협회에 대한 깊은 애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 "반야심경" 속에 울려 퍼진 고결한 안식

독실한 불자이자 길상사의 보살이었던 고인을 위해 길상사 신도들과 청솔회 회원, 대학 동문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20여 명의 신도가 낭송하는 '반야심경'과 '법성게'의 장엄한 선율은 식장 안에 낮게 깔리며, 삶과 죽음이 본래 하나라는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가르침을 전했다. 서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길상사 혜원 스님은 메시지를 통해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49재에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클라마시 장례식장에서 영정이 놓였다.
@한불통신 2025-12-30 


■ "나는 그저 옆방으로 갔을 뿐"... 시(詩)가 된 위로

특히 이날 장례식에서는 프랑스 장례사가 낭송한 헨리 스콧 홀랜드의 시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L'amour ne disparaît jamais)'**가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L'AMOUR NE DISPARIT JAMAIS 

La mort n'est rien 

Je suis seulement passé dans la pièce d'à côté 

Je suis moi, vous êtes vous. 

Ce que nous étions les uns pour les autres, 

Nous le sommes toujours. 

Donnez-moi le nom que vous m'avez toujours donné. 

Parlez-moi comme vous l'avez toujours fait. 

N'employez pas un ton différent.

Continuez à rire de ce qui nous fraisait rire ensemble.

Souriez, pensez à moi.

Que mon nom soit prononcé à la maison comme il l'a 

toujours été. 

La vie signifie ce qu'elle a toujours signifié.

Elle est ce qu'elle a toujours été.

Le fil n'est pas coupé. 

Pourquoi serais-je hors de votre pensée, simplement

parce que je suis hors de votre vue ? 

Je vous attends, je ne suis pas loin, 

Juste de l'autre côté du chemin. 

Vous voyez, tout est bien.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L'amour ne disparaît jamais)

- 헨리 스콧 홀랜드 -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저 옆방으로 옮겨갔을 뿐입니다.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든, 우리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내가 항상 불리던 그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세요. 

전처럼 편안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주세요. 

목소리 톤을 바꾸지 마세요. 

엄숙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도 마세요.

우리가 함께 웃었던 그 사소한 일들에 대해 예전처럼 웃어주세요. 

기도해 주세요, 웃어주세요, 나를 생각해 주세요. 

내 이름이 집안에서 항상 불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불리게 해주세요.

삶은 이전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삶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우리의 끈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당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왜 내가 당신의 생각에서 멀어져야 하나요? 

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저 길 바로 맞은편, 바로 옆방에 있을 뿐입니다.

보세요, 모든 것이 다 괜찮습니다.

이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글은 영국의 성직자이자 신학자인 헨리 스콧 홀랜드(Henry Scott Holland, 1847–1918)가 쓴 글이다.

죽음을 단절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으로 노래한 이 구절은, 고인이 남긴 온기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서구의 시가 전하는 위로는 불교의 윤회 사상과 맞닿아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교민들의 화환 속에 영면에 든 오수연 선생
@한불통신 2025-12-30

■ 방브(Vanves)의 품에서 영면에 들다

예식 후 고인은 평소 정들었던 삶의 터전 인근, 방브(Vanves) 납골 묘지에 안치되었다. 교민들이 정성스레 가져온 화환들이 고인의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평생을 이방인과 주류 사이의 경계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잃지 않고 살다 간 오수연 선생. 그는 이제 "모든 것이 다 괜찮다"는 시의 구절처럼, 사바 세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고요한 적멸의 공간에서 영원한 휴식에 들었다. paris50kyo@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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