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 "2036년 가동 목표 유효"…총선 이후 결정 시사
프랑스 EDF의 공세…EU 역외보조금규정(FSR) 적용 여부 촉각
한국 대선 결과도 변수…정부의 '원전 세일즈' 지속 여부 관심
한불통신 프라하/서울)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최종 계약이 오는 10월 체코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발주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 간의 법적 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역외보조금규정(FSR) 적용 여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을 통해 2036년 신규 원전 가동 시작이라는 당초 일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최종 계약이 10월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이달 7일로 예정됐던 한수원과의 최종 계약이 하루 전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브르노 지방법원은 경쟁사 EDF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 Ⅱ)와 한수원은 즉각 체코 최고법원에 항고했으며, EDU Ⅱ는 브르노 지방법원에도 가처분 결정 철회를 신청한 상태다.
EDU Ⅱ 측은 법원이 다른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가처분을 결정했으며, 계약 지연이 원전 건설 프로젝트 전체 일정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코 정부와 전력 당국은 이번 사업이 국가 안보와 전략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EDF에 계약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까지 밝히는 등 한수원과의 계약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체코 현지 언론 또한 계약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일부는 최대 1년 반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 EDF는 체코 법원뿐만 아니라 EU에도 한수원이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어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EDF는 한수원의 제안이 가격 등 조건 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입찰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현재 한수원의 FSR 위반 여부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갈지 검토 중이다.
<< EU의 역외보조금규정(FSR)>>은 2023년 7월부터 시행되어 EU 역내 시장의 공정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제3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EU 역내에서 활동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 등 특정 국가의 불공정 관행을 견제하고 EU 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한수원과 같은 한국의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이 FSR에서 정의하는 '역외보조금'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어 EU 집행위의 판단에 따라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FSR은 원전 건설 외에도 EU 회원국의 공공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의 방산 기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연구개발비 지원, 금융 지원, 수출 지원 등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U가 최근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강조하며 방위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FSR은 EU 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외부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통해 EU 회원국들이 자국 및 역내 기업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도록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체코 원전 사업의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히 프랑스나 EU로 사업이 넘어갈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 대선 결과가 체코 원전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전 수출은 정부 간의 외교 및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수출 확대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친원전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차기 대선에서 탈원전 또는 감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정부의 원전 수출 추진 동력이 약화되거나 정책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체코 정부가 한국과의 장기적인 협력에 대한 신뢰를 재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EU의 FSR에 맞대응하는 별도의 법안을 제정하기보다는, 외교적 노력과 국내 기업 지원을 통해 FSR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
EU와의 협의 및 의견 개진, 국내 기업 대상 정보 제공 및 컨설팅 지원, 그리고 한국의 보조금 제도에 대한 투명성 강화 노력을 통해 FSR의 영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체코 원전 사업은 단순한 상업 계약을 넘어선 복잡한 외교적, 정책적, 법적 쟁점들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10월 체코 총선 결과와 한수원과 EDF 간의 법적 다툼, 그리고 EU 집행위의 FSR 조사 결과가 향후 사업의 최종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불통신 paris50kyo@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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